원스 (Once, 2006)

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는 ‘그’. 그의 노래를 들으며 그 노래 속에 숨겨진 사랑의 아픔을 한눈에 알아보는 ‘그녀’와의 만남. 그의 음악을 응원해주는 그녀 덕에 그는 용기를 얻게 되고, 런던에서의 오디션을 위해 앨범을 녹음하기로 결심한다. “그녀가 만들어내는 피아노 선율이 나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그녀가 부르는 노래가, 그녀가 만드는 음악이 나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음악을 통해 두 사람은 서로를 이해하고 호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앨범이 완성 되는 만큼 서로의 매력에 빠져드는 두 사람. “그녀는 나의 노래를 완성시켜준다. 우리가 함께 하는 선율 속에서 나는, 나의 노래는 점점 그녀의 것이 되어간다.” 한 곡, 한 곡 완성되는 음악처럼 그들의 감정은 점점 깊어져 가고…


사용자 삽입 이미지영화인지 한편의 다큐멘터리인지 잘 모를 그런 영화. 마치 좋은 생각의 꽁트 하나 처럼 감동을 주는 영화. 영화는 보통의 영화처럼 확실한 엔딩도 없고 그저 노래 가사들로 채워간다. 게다가 카메라는 시종일관 핸드헬드로 홈 비디오처럼 흔들리고 화면은 심지어 등장인물을 알아보기 힘들정도로 일그러져도 이 영화는 살아 있는 영화다. 거리에서 글렌 한사드가 노래하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이 영화는 오프닝 답지 않은 오프닝으로 영화를 시작한다. 오프닝 시퀀스와 상하죄우에서 다가오는 o, n, c, e의 네 알파벳이 합쳐질때만 해도 사람들은 그리 크게 반응하지 않는다. 오히려 가장 어색해보일지도 모르는 추격씬과 남자의 순수함에 ‘아. 이거 또 영화구나.’라며 실망해버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오프닝은 이 영화의 많은 것을 함축적으로 설명해준다. 기본적으로 이 영화가 음악에 바탕을 두었다는 점과 가난한 사람, 거리를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라는 등의 등장인물에 대한 설명과 배경까지 모든 것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오프닝의 상하좌우에서 들어오는 once는 이 영화의 제목을 다시 한번 생각케 해주는 중요한 타이틀 시퀀스 이기도 하다.


내 입장에서 ‘원스’라는 말은 몇 가지 의미가 있다. 가장 중요하게는 그 단어를 사용해서 남자의 상태를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이다. “음반을 만들기만 한다면(once I make a record) 행복해질 텐데”, “여자친구를 되찾기만 한다면 삶이 나아질 텐데” 처럼 말이다. 또한 이것은 “옛날 옛적에”(once upon a time)로 시작하는 동화 같은 이야기이기도 하다. 제목의 ‘공식적인’ 유래는 사실, 존이 애초에 시나리오를 쓸 때, 남자와 여자가 단 한번(once)의 키스를 나눈다는 점이었다. 물론 나중에 존이 키스신을 시나리오에서 빼버렸지만. – 글렌 한사드

사용자 삽입 이미지영화의 흐름은 시종일관 핸드헬드로 들어간다. 그것은 이 영화가 잘만들어진 헐리우드 영화처럼 어떻게 설정을 해놓고 들어갈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점과 또 다른 효과인 사실감을 부여할 수 있다는 점을 동시에 갖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글렌 한사드와 마르게타 이글로바가 같이 연주하는 장면에서 이 핸드헬드의 효과는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데 1)한사드와 이글로바의 피아노가게 연주 장면, 2)한사드의 레코딩을 잠시 쉬고 있을 때 이글로바가 들려주는 <If You Want Me> 장면이 바로 그러하다. 시종일관 흔들리기만 하고 떨리던 카메라가 비로소 안정적이고 그 흔들림마저도 주인공들의 숨결처럼 느껴지는 1)의 연주장면은 순식간에 지나가는 주인의 웃음 인서트 컷 하나가 관객의 모든 반응을 설명해준다. 또한 <If You Want Me>의 노래 장면은 가장 클라이막스가 되는 부분이기도 한데 (개인적으로) 이 장면만큼 이글로바가 아름답게 보이는 장면이 없다. 떨리는 화면이 감정적으로 흔들리는 연주를 가장 확실하게 표현해주는 것이다. 추가적으로 기술하면 이 영화에서 시종일관 흔들리고 떨리는 화면이 안정적으로 보일때가 바로 1)의 장면부터라고 생각된다.  


거리에서 게릴라 스타일로 영화를 찍는 것에 어떤 짜릿함을 느낀다. 베르너 헤어초크가 “현대영화의 문제는 영화의 범죄적(criminal) 요소를 점점 잃어간다는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아마도 그는 게릴라 영화의 짜릿함을 잘 알고 있었던 것 같다. – 글렌 한사드

사용자 삽입 이미지음악과 더불어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이 바로 엔딩 시퀀스이다. 그것은 엔딩 시퀀스가 관객이 기대했던 내용과는 조금은 다르게 혹은 너무 다르게 표현되었을지 모르지만 (소프라노스의 열린결말처럼) 너무나도 열려버린 이 영화의 결말만큼 인상적이며 현실적인 결말은 없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결말에 대해서 글렌 한사드와 마르게타 이글로바는 서로 비슷하지만 다른 반응을 보였다. 한사드는 ‘남자는 결국 여자친구를 찾고, 그녀와 함께 일상을 꾸려갈 거다. 하지만 내 생각에 그는 음악을 포기하고 여자친구를 위해 뭔가 현실적인 직업을 얻지 않을까 싶다. 내가 볼 때 그는 매우 단순한 사람이고, 뮤지션으로서 대단한 야망도 없는 것 같다. 그는 단지 자신의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노래를 만들었을 뿐이다. 일종의 일기처럼.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행복할 때는 일기를 잘 쓰지 않게 되지 않나. 그 역시, 다시 행복해진다면 더이상 노래를 만들 필요는 없겠지.’라고 했으며 이글로바는 ‘그녀와 그 남편이 사랑을 되찾고 서로의 과거를 용서했음 한다. 그래서 소녀가 다른 남자를 떠나보낸 걸 후회하지 않도록. 그렇게 그 가족이 아일랜드에서 행복을 찾았으면 좋겠고, 괜찮은 삶을 꾸릴 만큼 충분한 돈을 벌게 되길 바란다.’라고 했다. 이 인터뷰를 보고 놀란 점이 바로 영화상의 주인공들의 이미지와 그들이 현실속에서 말하는 바가 너무나도 일치한다는 것이다. 한사드는 남자주인공의 이미지와 성격을 가장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으며 이글로바 역시 여자주인공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그녀는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