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The Wind That Shakes The Barley, 2006)

[!!!스포일러 있음!!!]

켄 로치 감독의 최근작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은 극중 나이든 노부인이 부르는 아일랜드 민요의 한 대목이다. 보리밭은 아일랜드의 자유와 아일랜드 사람들을 상징하며 이 모든 것을 대 놓고 짓밟은 자들에 대한 다짐이기도 하다. 하지만 조국을 지키기 위해서, 혹은 자신의 조국이 가져다줄 자유를 위해서 친구와 동료, 그리고 형제외 등을 돌리고 서로 죽이려하게 되는 이 영화의 이야기는 매우 냉철하고 가슴 아픈 이야기임에 틀림없다.

대미안이 어릴적 친구를 직접 총살하고 의 ‘조국이 그럴 가치가 있길 바래’라는 말처럼 그것은 대미안의 형 테리가 대미안을 총살하는 장면에서 테리의 마음속에 담겨진 말처럼 공허하게 들린다. 이들은 자신이 바치고 있는 조국이 어더한 존재인지 모르는채 자신이 찾고자 하는 자유와 사람다운 삶을 위해 조국을 믿으며 투쟁한다. 이 투쟁의 역사가 곧 영국과 아일랜드간의 형상으로 이루어진 아일랜드 분리 독립의 모습에서 분리 독립주의자(자치주의)와 완전 독립주의자 사이의 갈등의 역사로 이어진다. 이것은 현실속의 자유인가 좀더 완벽한 자유인가라는 문제를 떠나서 조국이 가져다 줄 자유를 믿고 투쟁한 사람들이 자유의 형태와 실리와 명분 속에서 스스로의 인간성을 국가에 바쳐버리게 되는 가장 그릇되고 비극적인 이야기이다.

켄로치 감독의 영화를 매번 보면서 또 느끼는 점은 켄 로치 감독이 영국에서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하는 점이다. 만에 하나 한국에서 태어났더라면 인정 한번 못받은채 아무도 알지 못하는 곳에서 사장되었거나, 한편 찍고 주목 받다가 가난에 못이겨 다시는 영화를 찍지 못했을 것이다. 이는 그 사회가 이러한 시각을 인정하느냐의 여부와 관계없이 그 사회의 구성원들이 얼마나 열린 눈을 가지고 이것을 대해주느냐 하는 문제인 듯 싶다. 그것은 아직도 우리 나라에서 켄로치의 영화가 절대적 비주류이며, 켄 로치 영화와 비슷한 주제를 가진 우리의 영화들이 모두 관심을 끌고있지 못한다는 점에서 충분한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나를 생각하게 만드는 새로움 사랑스러운 아일랜드에
산골짜기로 미풍이 불어와 황금색 보리밭을 흔드네
틀에 넣기엔 너무 비통한 말이었네 우리를 묶고있는 사슬을 끊어도
더 괴로운 수치심을 가지고 사네 우릴 둘러싼 이방의 사슬을
그래서 난 산골짜기에게 말하네 이른 아침에 찾겠노라고
산골짜기로 미풍이 불어와 황금색 보리밭을 흔드는 동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