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The Devil Wears Prada, 2006)
[배경음악 : Jamiroquai – Seven Days In Sunny June (from the motion pictures ‘The Devil Wears Prada’)]
[주의!!!!! 스포일러 만땅!!!!!]
자고로 영화와 같은 시각적 매체의 비난과 비판의 수위는 높으면 높을수록 흥행에 더없이 좋다했는데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망했다고 할 수 있다. 자신은 변변한 직장도 없는 백조로서 열심히 직장을 구하려고 하는 이른바 비자발적 실업자인 앤디(앤 해서웨이 분)는 패션잡지 런웨이의 편집장 미란다(메릴 스트립 분)의 비서로 일자리를 찾게 된다.
그녀의 면접을 위해 런웨이의 사무실에 들어간 첫 날부터 영화는 패션업계의 가식적이며 가십적인 자테를 마음껏 보여준다. 미란다의 밑에서 일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손짓 하나 하나에, 심지어 눈주름 하나 하나에 신경써야할 만큼 어이없는 이 동네는 패션이라는 업계가 과연 어떤 측면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량을 가지고 부를 창출하는가 하는 문제를 냉철하게 비난해준다. 패션계에서의 성공은 이른바 객관적이지 못한 주관적인 관점으로서 결정되기 때문에 성공한 사람 밑에서 성공하고싶은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모습은 그리 놀라운게 아니다. 그래서인지 수백대일의 경쟁률를 뚫었다는 이야기를 하루종일 듣고 있는 앤디에게 수백대일은 전혀 실감이 나지 않는 허튼소리로 들린다. 오히려 그녀는 자신의 개성있는(?) 패션을 유지하면서 나름대로 일해보려 한다.
하지만 폭풍속에서 비행기를 띄우지 못했다는 이유로 앤디는 해고의 위기에 까지 가게 되는데 이 부분에서 미란다가 이야기해주는 앤디의 채용 이유는 너무나도 명쾌하고 냉정한 미국 사회의 유머 코드라 무릎을 탁 칠 수 밖에 없게 만든다. 패션애 들이는 시간만큼 머리는 반비례한다는 미란다의 냉소는 스스로에 대한 자학은 아니지만 그녀가 앞으로 어떻게 일을 처리해나갈지 하는 결론의 암시 부분이기도 하다.
그 일을 계기로 좀더 많은 시간과 도움을 받아 세련되고(?) 우아한(?) 여성으로 거듭난(?) 앤디는 미란다가 결정적으로 그녀를 해고하려하는 미션, 해리 포포터 미션을 완수함으로써 미란다가 원하는 가장 이상적인 비서가 된다. 이후 그녀의 인생은 패션업계의 거물의 비서로서 탄탄대로를 걸으며, 심지어 자신도 패션업계에서 성공한 여성으로 오해할만한 스포트라이트를 영화에서 비춰줌으로서 그녀의 허황과 허구를 적나라하게 부풀려준다.
파리 패션쇼는 반전이라고 할 것도 없는 당연한 수순이었으며 결국 미란다와 앤디는 결별하고 만다. 여린 마음을 내보이다가도 자신에게 고통을 안겨준 사람보다도 더한 고통을 안겨주는 미란다를 앤디는 거부한다. 이 결정적 계기는 바로 미란다가 대놓고 이야기한 ‘넌 나와 닮았어’라는 한다디 때문인데 미란다에게 처음부터 호감을 갖지 않았던 앤디에게 그녀의 한마디는 자신도 그렇게 누군가에게 고통을 주었으며 앞으로 더 주리라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그러한 두려움은 결국 그녀를 다시금 호수속의 백조로 만들지만 마지막 뉴욕지의 기자로 채용되는 부분은 그녀와 미란다가 잠시나마 화해하는 장면, 기본적으로 이해는 한다는, 윈-윈 전략을 꿈꾸는 영화의 주제를 딱, 까발려놓고 보여준다.
이 영화의 주제에 공감을 하느냐 안하느냐는 전적으로 개인차에 달려있지만(게다가 비판적 수위가 높아지려 하면, 이쪽 저쪽 다 끌고 들어와서는 모두가 함께해요~ 하고 흐물흐물해버리기 때문에 주제는 볼것도 없다.) 이영화가 주는 유머 코드는 거부감없이 받아들여도 좋을 듯 싶다. 그것을 비판적으로 받아들이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든 간에 말이다. 왜냐하면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 유머를 인정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