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쉬케 (Psyche)

<에로스와 프쉬케의 사랑을 ‘슬픔’으로 착각하는 이들에게 바치는 글>

         <백설공주>의 질투심 많은 왕비의 전신인 아프로디테.
         그녀는 왕비가 사냥꾼을 통해 흰눈공주의 아름다움을 녹이려 했듯이
         아들 에로스를 통해 아름다운 프쉬케의 아름다움을 금화살로 조각 내려 한다.
         그러나 이쁜 여자 앞에서는 남자는 약해지는 법.
         사냥꾼처럼 에로스도 프쉬케를 놓아주지만 그는 프쉬케를 그리워하기 시작한다.
         사랑 때문에 꼬마 에로스도 나이가 들기 시작한다.
         에로스는 원래 나이를 먹지 않는다.
         그러나 안테로스(사랑의 상대)가 나타나면 그도 멈췄던 성장을 시작한다.
         <양철북>의 오스카처럼.
         에로스(사랑)는 사랑의 마음을 주고 받을 때, 비로소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게 되니까.
         한편 다시 왕궁으로 돌아온 프쉬케는 아버지의 한숨소리를 듣는다.
         아폴론신전의 예언자로부터 ‘프쉬케는 인간의 아내가 아니라 괴물의 아내가 될 운명’이란
         끔직한 비보를 들었기 때문. 
         <미녀와 야수>의 벨처럼 프쉬케는 눈물 짓는 아버지를 위로하고 자신의 운명에 순응한다.
         흐드러지게 핀 꽃 길을 따라 산꼭대기 괴물의 왕궁에 다다른 프쉬케는
         용기를 내어 입성한다. 헉, 찬란한 황금장식과 감미로운 음악 그리고 풍성한 음식들.
         예상밖의 화려한 신혼생활에 길들여지던 프쉬케는 어느날 문득 강한 호기심이 생긴다.
     
        ‘내 님은 어떻게 생겼을까?’ 지극히 당.연.한 프쉬케의 호기심에 에로스는 이렇게 답한다.
        “나는 그대를 사랑하는데 그대는 내 사랑을 의심하는거요?
          의심이 자리잡은 마음에는 사랑이 깃들지 못합니다.”
         그러나 질투심 많은 언니들의 부채질로 더욱 강한 호기심이 생겨난 프쉬케.
         ‘의심이 자리잡은 마음에는 사랑이 깃들지 못한다고 했는데…
         의심의 뿌리를 뽑아버리고 싶어. 맞아. 사실을 확인하면 의심은 뿌리채 뽑이겠지.’
         의심은 의심을 낳고, 그 의심은 의심을 잠재우기 위한 해결책을 낳는다.
         프쉬케는 에로스의 얼굴을 보기 위해 의심의 등불을 켠다. 지극히 자.연.스.럽.게.
         “내 말 뜻을 그리도 알아차리지 못했단 말이오? 의심이 자리잡은 그대 푸쉬케(마음)에게는
         나 에로스(사랑)는 깃들일 수 없단 뜻이었소. 그대에게 사랑이 남아있다면….
         영원한 이별보다 더 큰 벌은 없을테지. 우리는 영원히 헤어져 있을 것이오.”
         인간의 의심과 신의 사랑은 영원한 동반자가 될 수 없는 것일까.
         에로스는 프쉬케에게 에덴동산의 저주를 되풀이하며 날아간다.
      
         홀로 남겨진 프쉬케. 그녀는 또 다시 용기를 내어 그리스 온 들녘을 헤메다녔다.
         사랑의 신 에로스가 아니라 자신의 남편인 에로스를 찾아서.
         “그래. 남편에게 지은 죄를 속죄하자. 남편이 알아주지 않으면 어때? 내 죄를 용서받기
         위해서는 노력하면서 열심히 그의 흔적을 따라가는 것 뿐이지.”
         신의 사랑을 당당히 의심했던 프쉬케는 남편의 사랑을 되찾기 위해 혹독한 시련을
         견딘다. 노력하면 돼. 자신의 의심과 행동을 긍정하면서.
               
       강을 건너고 저승을 오가는 프쉬케의 노력은 냉정한 에로스의 가슴을 녹였다.
        마지막 관문에서 판도라처럼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절대로 열지말라는 ‘잠의 씨’의
        상자를 열어 영원한 잠에 빠진 프쉬케.
        프쉬케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던 에로스는 나비로 부터 그 소식을 전해듣고
        어머니 아프로디테에게 사정한다.
        “신들도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는데 어떻게 인간이 호기심을 이 길 수 있겠어요?
        우리의 사랑을 아름답게 맺어주세요. 제가 원합니다.”
        인간의 의심을, 인간의 호기심을 이해하게 된 에로스는 신이 된 프쉬케와 결혼하고
        영원한 사랑을 하게 된다.
        에로스와 프쉬케는 딸을 낳는다. 그 딸의 이름은 ‘기쁨’이다.
        프쉬케의 지극히 인간적인 의심은 결국 기쁨이라는 사랑의 결실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만약 프쉬케가 의심의 의심을 길러내지 못했다면,
        그녀는 화려한 궁전에서 ‘얼굴없는 미남’과 행복하게 살았을까?
       
        의심은 우리 인간의 전유물이다.
        그러나 질투에서 나오는 의심과 사랑에서 나오는 의심은 차원이 다르다.
        프쉬케의 의심은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지극히 자연스런 호기심의 발로였다.
        프쉬케와 에로스의 사랑 얘기는 달라이라마 만트라의 한구절을 떠올린다.
        “사랑은 깊고 열정적으로 하라. 상처받을 수도 있지만,
                  그것만이 완전한 삶을 사는 유일한 길이다.

         위대한 사랑과 위대한 성취는,
         엄청난 위험을 동반한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실패하더라도,
         그것을 통해 배움을 얻는 일에까지 실패하지는 말라.”

내용출처 : [직접 서술] 블로그 집필 – 트윈스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