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ve Barakatt


[배경음악: Steve Barakatt – Rainbow Bridge]

간만에 술을 마셨다.
우습지만 집에서 방정리 및 청소를 하고 지친 심신을 토스트와 홍차로 달래며 홀로 헤네시를 들이켰다.
마시면서 드는 생각은 이 포켓사이즈 혼자 마시기 참 좋은 사이즈다.

예전에도 몇번 집에서 홀로 술을 마신적이 있었다.
처음엔 부모님 몰래 꼬불쳐둔 발렌타인 12년산으로 시작했었다.
그러다 자취하면서 하루에 병맥 한개쯤은 생활 습관이 되어버렸다.
한두주에 한번은 꼭 데낄라도 마셨기 때문에 항상 내방 냉장고 과일채소칸에는 레몬이 몇개가 있었다.

토스트와 홍차를 다 먹고 머리 뒤로 깍지를 끼고 등받이 의자에 앉아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때도 지금처럼 비슷하게 힘들었던 적이 있었다.
숨쉬는게 그렇게 힘들줄 몰랐다.
그리고 포기했을때 그렇게 사는게 지루할 수가 없었다.
그게 너무 힘들어서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았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 사람들이 없다.

그때 생각을 하니 이젠 웃음이 나온다.
그때 우리 학교에 스티브 바라캇이 온 적이 있었다.
아마 김윤아와 남자 한명(유명한데 기억이 안남)이 진행하는 TV 음악 프로그램의 녹화방송이었는데 우리학교에서 녹화했었다.
스티브 바라캇은 새로운 앨범의 국내 출시를 홍보하기 위해 찾아온거였고.

그때까지만 해도 난 그사람 노래는 휘슬러송 정도 밖에 몰랐다.
많은 사람들이 그를 모르던 무렵이었는데 조촐한 소개도 없이 피아노 앞에 앉은 그가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다.
그때 울려퍼지던 노래가 바로 Rainbow Bridge 였다.
지루했던 삶으로부터 갑자기 나를 기구에 태워 하늘 높이 높이 올라서
수많은 삶, 더 많은 삶을 보여주는 그런 느낌이었다.
슬퍼서 술을 마시며 벽에다 마구 머리를 찍다가 귓가에 울려퍼지는 피아노 소리에 정신을 차리는 그런 느낌이었다.

그날 공연이 끝나고 정신차려서 방에 와보니 어이없게도 스티브 바라캇의 앨범이 있었다.
정신이 한 곳에 팔려서 사놓고는 뜯지도 않은 채 먼지만 뒤집어 쓰고는 잠자고 있었던 거다.
CD를 꺼내어 플레이어에 넣고 누워 기대며 들었다.
처음에 흘러나오는 곡이 바로 그 Rainbow Bridge였다.
너무 기쁜데 조금씩 눈가가 아른거렸다.
그리고 모든게 하얗게 변해갔다.
그렇게 그날 하룻밤내내 이 음반만 듣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