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청년포크협의회
관악청년포크협의회
이름만 보면 거대한 조직 같다.
조금은 촌스러워보이지만….
그런데 노래는 더 촌스럽다.
너무 촌스러워서 눈물이 나온다.
슬퍼서 미칠것만 같은 우리 이야기다.
미칠것 같은 우리들 이야기.
내 삶의 모든 이야기.
이 밴드들이 최고의 밴드가 되기를 바란다.
내가 이 관악청년포크협의회를 알게된건 부대에 있을때 Paper라는 잡지에서 였다.
그리고 올헤 5월에 이 밴드의 앨범을 샀다.
그런데 오늘 들었다.
그동안 많은 앨범을 듣느라고 앨범들의 외향에만 치중해서 제일 촌스러워보였던 이들의 앨범을 외면했다.
그런데 알아?
이 앨범이 지금껏 들었던 그 어떤 앨범들보다 슬퍼.
정말 너무 너무 너무 슬퍼.
그리고 드는 생각 한가지.
이 노래 소개시켜주지 못할 사람이 한명 있네.
덧…
제발 이 앨범 한장 사세요.
이만큼 싸면서 (5000원) 이렇게나 멋진 음악을 듣는건 정말 축복받은거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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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관악청년포크협의회?
* 관악청년포크협의회(Kwanak Youth Folk Association, 이하 청포협)는 포크를 사랑하는 청년들의 모임이다.
* 청포협은 관악구의 한 대학에서 결성됐는데, 원래는 학교 안에서만 하려던 것이 활동반경이 넓어지고 있다.
* 청포협은 서울특별시 관악구청으로부터 향후 10년간 지원금을 얻을 엄두도 못 내고 있다.
* 청포협은 일년에 한 번 컴필레이션 앨범을 제작할 예정. 그래서 봄 날 잔디밭에 함께 누워 통기타를 치며 사랑과 고독을 논할 동료들을 기다리고 있다.
* 청포협은 2004년 2월 1집 ‘꽃무늬일회용휴지/유통기한’을 발매하고 계속 공연을 하는 중이다. 올해 말쯤에는 새로운 멤버들을 영입하여 2집을 제작할 예정.
2. 회원 소개
*도반 ( 치기project, http://chigyland.net )
라이브는 물론 레코딩에서도 원 테이크, 투 트랙을 고집하는 리얼로우파이뮤지션. 그의 노래는 나름대로 그런지라 담배 연기로 가득찬 골방에서 소주잔을 기울이며 들어야 제 맛이다. 하지만 사실은 가녀리기도 하다. 최근에는 보기가 힘들다.
*윤종윤 ( Unpacked Grey, http://unchi.wo.to )
일각에서는 포크계의 에릭이라 불리운다. 미소년의 외모만큼 목소리도 미성. 노래 역시 감미로운 멜로디와 달콤한 가사의 곡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최근에는 밴드 결성에 열을 올리고 있다
*더거더거 ( 그린티바나나, http://greenteabanan.cafe24.com )
일각에서는 포크계의 양동근이라 불리운다. 솔직한 가사와 또렷한 가사 전달이 주무기. 테이프 레코더로 로파이 레코딩을 연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트렌드를 열심히 연구하여 요즘은 보사노바 리듬과 하우스 뮤직에 빠져있다.
*9 ( 9, http://iam9.cafe24.com )
일각에서는 겁나게 고독하다고 한다. 연약하면서도 탁한 목소리가 장점이자 단점. 왈츠 리듬에 바탕을 두고 다양한 악기를 사용한다. 최근에는 우쿠렐레와 멜로디언의 매력에 빠져들고 있다.
3. 1집 “꽃무늬일회용휴지/유통기한“
(1) 소개
총 12곡 40분 짜리의 이 음반은 로우파이 음반이다. 모든 녹음은 방에서 한 대의 PC와 한 대의 마이크를 통해 이루어졌다. 물론 상황이 여의치 않은 것도 있지만 의도한 것도 있다. 딱히 멋을 부리고 보다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걸 자연스럽게 들려주자는 생각이었다. 대학이란 공간에서 활동하면서 만들어 낸 이른바 ‘자취방싸운드’란 사상이다. 그래서 녹음 중에 발생한 잡음들도 딱히 지우지 않고 그대로 넣기도 했다.
그런데 다른 이들의 도움도 받고, 날이 갈수록 발달하는 홈레코딩 기술에 힘입어 생각보다 쓸 만한 싸운드가 나왔다. 할 수 있는 게 생각보다 많았던 것이다. 하지만 솔직히 막 잘 나왔다고는 하지 못한다. 기대한 것보다는 좀 나을 정도다. 꽤 낫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2) 트랙리스트
① 그린티바나나 “밤새”
들어가는 부분과 간주, 빠지는 부분에 라디오 소리를 삽입했다. 밤새 라디오를 들으며 얼굴이 붓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 밤새 운 것도 아닌데.
② 그린티바나나 “꽃무늬일회용휴지”
멜로디가 가장 잘 뽑혀서 타이틀곡이 되었다. 울어봤자 아무 소용없는 것을 알지만 그것마저 별로 쉽지 않다는 내용.
③ 그린티바나나 “4”
보사노바 리듬에 나른한 멜로디. 가사가 축 처진다. 뭐 어차피 기뻐할 일 조차 별로 없다.
④ 치기project “습기”
담배연기가 자욱한 지하 술집을 연상케 한다. 너와 나의 입김이 뒤섞인 두 잔 만큼의 습기 속에서.
⑤ 치기project “유통기한 – 입대 61일전”
입대 전의 심정 혹은 대학생이 사회진출에 대해 갖는 불안 같은 걸 표현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우리의 정체성을 가장 잘 표현한다고 생각해서 타이틀곡으로 하였다. 이 슈퍼 안의 제품들이 대부분 나보다 유통기한이 멀어지니까.
⑥ 치기project “말”
노래의 의미에서 소통의 근원을 탐색한다. 진심을 가득 담아 노래를 하다가 점점 자신이 없어지면 자유로운 말을 찾게된다. 그게 한 줄기 희망이든 혹은 부질없는 열망이든.
⑦ 9 “과수원길”
동요를 재구성했다. 귀여운 가사와 퇴폐적인 목소리가 결합한다. 어렸을 때는 어른이 되면 사랑은 안 할 거라 생각했었다.
⑧ 9 “간격은 여전히 한 뼘”
우쿠렐레를 사용해서 쓸쓸한 분위기가 고조된다는 중평이다. 마음에 두고 있는 이와 영화관에 갔는데 손을 못 잡아서 쩔쩔매는 상황을 노래한다. 응큼함과 애절함의 아이러니.
⑨ 9 “비밀”
노래를 만든 이는 단조로운 곡구성을 아쉬워한다. 보르헤스라는 작가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한다.
⑩ Unpacked Grey “내모습”
밝고 풋풋하게 과거의 자기 모습을 회상한다. 후주에는 통기타 2대와 함께 특별히 특제 키보드를 사용했다. 잘 정돈된 책상 위의 책더미들 속에서 깨닫지 못했던 자신의 내 모습을 찾는다.
⑪ Unpacked Grey “Be my…”
본격적인 러브송이다. 막 사랑에 빠진 사람들에게 어울릴 법한 노래다. 네 앞에서 여유로운 고백을 해야겠다 싶을 때.
⑫ Unpacked Grey “꿈만같던”
달콤해서 닭살이 돋을지도 모르겠다. 꽃이 쏟아지는 길을 연인과 함께 자전거로 달리는 기분을 표현한다. 경쾌한 자전거 벨소리가 앨범의 끝을 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