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331

레드 제플린 듣는 밤 – 장정일

밤……밤이야……밤, 밤이되어……어두워졌어……우리……레드 제플린 들을까……좋지?…… 밤이니까…… 어두우니까…… 시끄러운…… 우울한……레드제플린이…… 좋게 들릴거야…… 자……어때?…… 좋지? ……어둠 속에서…… 소리치니까…… 누군가……대신 소리쳐 주니까…… 어때?…… 잠깐…… 볼륨을 조금 높일게…… (볼륨을 높인다)…… 어때?…… 밤…… 밤이 되어 ……모든 게 어두워…… 네 얼굴이 안 보여 ……아까는…… 잘…… 보였었는데…… 이제는…… 쥐가 물어뜯어 놓은……세수비누같이……네 얼굴이 찌그러졌어…… 희미해…… 밤이니까…… 볼륨을 더 높일까? ……그게 좋겠지?…… (볼륨을 높인다)…… 기분이 어때?…… 좋다구?…… 그래…… 나도 그래…… 네 앞에 놓인 술 좀 마셔…… 자…… 잔을 맞추자구…… (잔 부딪치는 소리)…… 편안하다구? ……저 시끄러운 소리가?…… 말했잖아…… 누군가 ……우리 대신…… 악을 써 주니까…… 가만 ……볼륨을 더 높이는게 좋겠군……(볼륨을 높인다) ……그거 한 대 필까?…… 해피 스모크 ……자 ……여기(성냥불 잠시 두 사람을 밝힌다)…… 어때?…… 기막히지?…… 아, 지금 나오는게 먼지 알아? ……렘블 온/Ramble On이야…… 정처없이…… 정처없이란 뜻이지…… 그래…… 우리에게 언제 정처가 있었나뭐?…… 아냐…… 정치가 아니라,…… 정처…… 정,처…… 볼륨을 더 높이라구?…… (볼륨을 높인다)…… 그런데 이건 누구의 울음소리지?…… 누가 울지?…… 너, 우니?…… 왜 울어?…… 왜?…… 머가 슬퍼?…… 다 어른들이 잘못한 건데…… 그래, 어른들! ……그자들…… 기호1번, 2번, 3번, 4번 ……하긴…… 우리도 어른이 되었지…… 삼십세가 되었으니까 ……그런데 우린…… 아직도…… 어린애 같지…… (웃는다)…… 이젠 완전히 어두워 졌군…… 네 얼굴이 안보여…… 해피 스모크 불빛만 보이는군…… 볼륨을 더 높이라구?…… 이렇게?…… (볼륨을 높인다)…… 이젠 됐어?…… 뭐?…… 큰소리로 말해…… 뭐?…… 안들려…… 안들려…… 아무소리도…… 아무소리도…… 아무런…… 아무…… (두개의 해피 스모크 불빛과 귀청이 터질듯한 음악만 가득해지다)
레드제플린…


Led Zeppelin – Ramble 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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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취투 생각
정말 오래전에 읽었던 시다. 당시에 너무 자극 받은 나는 레드 제플린의 음악을 착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 다녔던 기억이 난다. 아직도 이렇게 뭔가에 열정적일 수 있을까. 이제는 그 열정보단 이 시를 느끼게 될 가능성이 더 높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