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리그

은희경의 소설은 항상 날 당황케한다.

멋드러진 비유도 아니고 냉철하기 그지 짝이 없지만

그냥 보여지는 적나라한 중심을 집어내는 그 비유와 묘사.

사실성에 대한 간단한 멘트는 몸서리치게 만든다.

오히려 간단해 보이면서 적나라한 그 필법은 더욱 복잡하고 가슴아프다.

마이너리그는 이러한 은희경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또 다른 작품이다.

마이너리그를 읽고 이렇게 즉흥적으로 타이핑을 하는 이유는

은희경이 풀어놓은 이야기 주머니가 결코 가볍지 않은 것이기 때문이다.

마이너리그.

아무리 읽어도 스스로를 구속할 수 없는 이 소설은

읽고나서 얻는 심적 반응에 더욱 무게가 있다.

나라는 사람의 위치에 대해

그리고 아니라고 우겨도 스스로가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우리 모두에게

단순히 남성에 관한 보고서가 아닌 나의 자서전이다.

항상 멋진 꿈을 꾸는 이에게 이 소설은 최악은 식사일 수 있다.

하지만 꿈을 잃어가는 이들에게 이 소설은 또한번 도약할 수 있도록 해주는 자성적 교훈일 수도

아니면 단순히 나구나… 라는 생각을 하며 스스로를 찾는 자학적 마약일수도 있다.

이러한 점이 은희경의 소설이 가진 가장 강력한 힘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은희경이 보여주었던 소설처럼 마이너리그도 그에 못지 않은 칼이다.
* H2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2-03-05 1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