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떻게 블로그를 쓰게 되었는가

1. 인터넷과의 조우

 1999년 대학에 처음 들어와서 학교 수업 중 ‘인터넷 활용 및 실습’이라는 3학점에 6시간짜리 수업을 멋도모르고 친구 둘이랑 같이 신청했다. 알고보니 그 수업은 ‘인터넷 입문 및 실습’이라는 수업이 선행되어야지 신청할 수 있는 과목이었지만 당시 우리 학교의 수강신청 시스템은 교내의 전산실에서 펜티엄1 수준도 안되는 컴퓨터들에 깔려있는 수강신청 프로그램을 이용해야지만 신청 가능한 아주 제한적이고 불쾌한 방법이었다.
 
 게다가 프로그램을 아주 힘들고 무겁게 짜놓아서 선수과목이고 간에 모두 무시해버리는 시스템이었다. 주당 6시간이나되는 시간을 이미 할애한 나와 내 친구들은 어쩔 수 없이 이 수업을 계속 들어야 했다. 덕분에 1999년 4월에 나의 웹사이트가 처음 만들어졌다.
 
 그때엔 정말 유치찬란하고 볼품없는 디자인이었었다. 맨위에 대문짝만한 글씨로 “Welcome to H2 World”라고 썼었던게 기억이 난다. 좀더 생각해보면 가운에 정중앙에 내 사진이 있었고 맨위에는 개 한마리가 뛰노는 움직이는 GIF 이미지를 넣었던게 기억이 난다. 당시엔 CGI,PERL을 이용한 게시판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고 홈페이지 공간을 무료료 주는업체들 중에선 개인이 직접 프로그래밍한 CGI는 사용할 수 없게 되어 있었다. 따라서 모든 게시판은 업체에서 제공해주는 게시판을 이용했었다

 지금도 생각나는 게시판이름은 슈퍼보드이다. 슈퍼보드를 만드는 그회사 지금은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슈퍼보드의 게시판에서 수많은 아이콘을 쓸 수 있개 만든건 정말 당시에 꽤나 획기적인 기능이었다. 또한 슈퍼보드에는 스킨기능이 있어서 사용자가 제한적이긴 하지만 게시판의 색상과 디자인을 몇가지 선택할 수 있었다.

 이후 매킨토시 운영체제 디자인을 제공하는 사설 CGI 게시판을 이용하고 싶어서(이름이 지금은 기억이 안난다. 당시엔 매우 유명한 게시판 프로그램이었다.)  CGI가능한 계정 제공 업체를 찾아다녔다. 당시 몇가지 업체를 알고 있었지만 지금은 다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 게다가 그때까지 여전히 제한적인 웹사이트 주소는 도메인 등록과 포워딩이라는 높은 비용적 장벽에 부딪혀 포기하고 있었다. 그레서 무료 파징 주소, 예를 들면 .cc 같은 특정 업체가 제공하는 특정한 주소를 뒤에 품어야 하는 한정된 포워딩을 공짜로 썼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한달이 멀다고 해서 계정 제공업체들이 조건을 바꾸고 제한을 많이 걸어두어 매번 주소를 옮겼기 때문에 당시의 글들이 모드 백업되지 못하고 사라져버렸다.

2. 제로보드와의 조우

 2000년은 획기적인 시대였다. 제로보드 4라는 엄청난 게시판을 보고, 그것을 이용하는 사용자들이 자신의 홈페이지에 로그인폼을 달아둔 것을 보고 ‘아.. 나두 달고 싶다’라는 게 발단이 되어 디자인을 처음으로 배웠다. 그리고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 끝에 h2style.com이 2001년에 만들어졌다.

 제로보드는 정말 놀라운 기능들로만 가득했었다. 솔직히 제로보드 관리자 화면을 처음 보고, 매뉴얼을 처음보고, 이걸 만든 제로라는 사람은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일까 하며 경외심을 가졌다. 정말 범접할수 없는 프로그래밍과 오픈소스이기때문에 수많은 사용자가 만들어가며 업데이트 해가는 놀라운 시스템은 향후 개인이 운영하는 페이지 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웹이 나아가는 이상적인 방향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게다가 제로보드를 만나면서 처음으로 디자인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개인이 도메인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h2style.com이라는 주소를 갖게 되기 까지 5번도 더 넘는 리뉴얼이 있었다. 과거에 했던 리뉴얼 중에서 가장 기억나는 리뉴얼은 ‘순수’라고 명명했던 6번재 하얀색 디자인과 ‘형광 보라색’을 테마로 쓰는 9번째 디자인이다. 순수는 처음으로 자바 스크립트를 마음껏 사용해 메뉴가 액티브하게 보여 준 웹사이트였고, 9번재 디자인은 처음으로 내가 사이트의 기능을 고려하며 디자인을 한 사이트이기 때문이다.

3. 블로그

 그렇게 시간이 흘러서 이제 h2stye.com은 블로그로 완전히 돌아섰다. 일부 로그인에 대한 불편함과 일반적인 사용자들에게는 솔직히 의미없는 로그인 사용에 본인도 실증이 났었고, 무엇보다 사진등 멀티미디러 파일을 올리고, 사이트를 관리하는 모든 작업이 전처럼 쉽게 될 수 없었던 이유가 바로 테터 툴즈라는 블로그로 넘어오게 된 것이다.
 
 이제 더이상 새롭지 않고, 웹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 다루기엔 너무 불편해 보이고, 디자인의 변경이 너무나 번거로웠던, 제로보드4를 뒤로 하고 이미 수많은 블로거들이 탄생하고 있었던 가운데 나도 블로깅의 세상에 뛰어 들었다. 내가 제대하고 나니 이미 제로보드도 사용자들이 따로 모여 제로 블로그를 만들고 있었으며, 이미 제로보드 사용자보다 블로그를 운영하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은 대단히 충격적이었다.

 이제와서 이야기하지만 처음 블로그를 보았을때 대단히 난잡하고 복잡하고 쓰잘데기 없는 디자인과 정보들 때문에 도대체 어디를 클릭해야할지 몰랐다. 한마디로 제로보드에 익숙해진 내겐 블로그가 새로운 장벽이었다. 그래도 블로그가 내게 매력적인 점은 달력이있다는 거 하나였다.
 
 솔직히 첫화면에 글이 나온다는 사실은 일반적으로 게시물을 꽤 많이 쓰는 내 성격상 방문자들에게 얼마나 많은 글이 새로 등록되었는지 한눈에 목록을 알려줄 수 없었기 때문애 용납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인테넛의 접근성에 대해 마케팅 시간에 배운 내용과 나의 경험으로는 클릭을 요구하게되면 이미 방문자가 90%이상 떨어져 나간다고 볼 때 블로그는 정말 하루에 하나의 게시물만 올리라는 요구처럼 보였다.

 하지만 나도 이제 그런 모든 점을 뒤로 하고 테터툴즈라는 설치형 블로그를 쓴다. 내가 테터를 쓰는 이뉴는 간단하다. 관리하기가 매우 쉽기 때문이다. 제로보드처럼 회원의 개념이 없기 때문에 방문하는 사람들 개개인마다 관리할 수 는 없지만 좀 더 쉬운 글쓰기와 이미 대중화되어버린 블로그의 형식은 방문자들과 내게 용이한 접근성을 가져다주리라는 계산에 의해서였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 예상은 맞고 있다.

4. 일상다반사[日常茶飯事]와 일상다반사 [日像茶飯思]

 일상다반사는 흔히 日常茶飯事라고 쓴다. 나는 블로그를 운영하기 전부터 웹사이트에 대한 이름을 붙이고 있었기 때문에 블로그를 운명하면서도 당연히 주어져야할 사이트 이름을 무엇으로 할까하는 생각에 고민했었다.

 우연히 또 듣게된 롤러코스터의 일상다반사[日常茶飯事]라는 곡의 제목으로 부터 블로그의 제목을 결정하게 되었다. 하지만 똑같이 쓰지는 않고, 비록 일상다반사[日常茶飯事]라는 구문이 관용구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조금 바꿔쓴다.

 일상다반사 [日像茶飯思].

 일상다반다는 항다반(恒茶飯) 또는 항다반사(恒茶飯事)라고도 한다. 본래 불교용어로 차를 마시고 밥을 먹는 일을 의미한다. 극히 일반적이고도 당연한 일로서 불교 중에서도 선종(禪宗)에서 유래했다. 참선 수행을 하는 데는 유별난 방법이 있는 것이 아니고, 차를 마시고 밥을 먹듯이 일상생활이 곧 선으로 연결된다는 것을 상징한다.

 하지만 일상다반사 [日像茶飯思]는 의미없이 시간을 보내기 보다는 일상생활에서 벌어지는 나의 일들에 좀 더 생각을 하고 싶은 마음에 그렇게 이름 붙여보았다. 이제는 하나라도 쉽게 지나갈 수 없다고 생각하고, 또 단순한 것에서 부터 수많은 것을 깨닫고 알게 되기 까지는 역시 깊이있고 다양한 생각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였다.

 지금, 그 생각이 어떻게 변화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일기를 쓰더라도 좀더 생각을 해보고 좀더 많은 고민을 해보고 한자한자 타이핑을 하게 된다. 일상을 정리하면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