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했다. 설마 중천이 영화계의 중천일줄은 꿈에도 몰랐다.
메가박스에서 기대하고 기대하던 영화 중천을 봤다. 예고편의 화려함과 귀가 솔깃해지는 스토리 라인, 그리고 화려한 캐스팅과 스케일에 올 연말 예매 1순위였다. 그런데 중천은 카피라이트 말 그대로 영화가 죽으면 두시간 반동안 머물러야 하는 영화 그 자체다. 하나 하나씩 집어서 말해주면 이렇다.
1. 스토리가 없다.
중천은 스토리가 없다. 정확히 말하면 스토리가 너무 방대하다. 방대해서 연출자는 이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나가야할지 갈피를 못잡았다. 그래서 플롯을 실컷 나열하고 지쳐서 나자빠져버렸다. 오프닝의 화려함은 스토리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고, 오히려 무게를 두어야할 중천의 배경과 등장인물간의 갈등은 대사로 다 처리했다. 모든 설명은 전부 대사로 다 처리한다. 중천에 대한 설명도, 등장인물의 직업과 왜 그렇게 되었는지, 모두 다 대사다. 1980년대도 아니고, 장군의 아들1이 중천보다 훨씬 더 세련됐다.
2. 대사가 너무 많다.
로망스는 분위기가 고조되어여 감칠맛이 난다. 그런데 중천은 로망스를 모두 말로 한다. 말이 너무 많은 로맨스가 성공하는 사례는 우리네 미팅과 소개팅 현장에서도 여실히 드러나는 매우 드문 현상인데도 대사로 주절댄다. 심지어 분위기는 말보다 더 빨라서 설명조차 없던 로맨스가 과거에 기인했다는 이야기를 쉽사리 꺼내든다. 그 타이밍은 아주 부적절한 타이밍이다. 게다가 대사 없는 신은 하나도 없으며(심지어 결투의 클라이막스 몇만대 1의 대결에서도 대사는 나온다), 그 대사의 수준은 어린아이들도 유추할 수 있을 정도로 매우 당연하고 예측가능한 것들이라 감흥이 별로 없다. 또, 모든 배경 설명도 대사. 도대체 이 영화는 대사가 없었다면 어떻게 만들었을까!!!!!
시간에 쫓겨서 찍은 영화라는게 눈에 보이는 영화 중천은 배우들의 잠재 능력을 끌어내지도 못했다는 것도 문제지만 중천은 시작한지 30분만지나도 보고 싶지 않아지는 그런 영화다. 메가박스 황금 주말 시간대에도 영화상영 한시간도 채 안되어 나간 커플이 둘이나 있었다. 아… 티저와 트레일러에 속은 우리네 인생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