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너스의 담요


[Linus’ Blanket – Labor in Vain]

담요의 공연이 오늘 있었다.
오늘은 게다가 내 동생의 생일이기도 하다.

하루종일 더워서 짜증나고
요즘 폐인 생활의 여파로 아침부터 내내 피곤했다.
그래서 아침에 신촌 아트레온 12층서 하는 대중문화 특강에서도 오늘은 졸았다. @@
그래도 두번째 강의는 좀 의미있었는데 10초 졸은거에 위안을 ㅠㅠ

그래도 오늘 연진양의 노래와 담요의 음악들로 기분이 너무 너무 좋아졌다.
안갔으면 정말 후회했을 그런 시간들이었다.

비록 내일이 KBS 한국어 능력시험을 보는 날이지만
시험은 또 볼 수 있지만 공연은 한번뿐이니까. ㅠㅠ
이 밴드를 너무 좋아하니까.

모두 다 좋았는데 몇번의 순간을 꼽으라면
christmas train!

그리고 Tower of strength
(보컬의 힘이 느껴져야하는데 상대적으로 보컬의 마이크 음량이 너무 작은듯 했다.
그런데 이거 많이 연습한거 같았다. 연진양 스스로 즐기는 표정이 이때가 클라이막스였던 듯)

Do you really love me
(이곡은 BMX 밴디트와의 앨범에 있는데 그 앨범에서 Save our smiles 만큼이나 좋아하는 곡인데 이곡을 부를 줄이야! ㅠㅠ)

공식적으로(앵콜을 빼고 ㅋㅋ) 마지막 곡은 너무 좋았다.
picnic
문근영 KTF 광고에도 나오는 그곡에서 드럼 부분 연주할때 연진양이 총쏘아대는 건 압권이었다. ㅎㅎ

그리고 I’ll never fall in love again은 예상치 못한 서비스.

시험에, 피로가 겹치고, 같이 갔던 녀석이 일어서는 바람에
결국 나도 일어섰다.

연진양의 디제잉이 정말 듣고 싶었는데…
그래도 고민하다가 일어났다.
공연끝난지 10분이 훨씬 지난 30분도 넘어서 자리를 떴으니까.

동생 생일에 늦어서 그런걸까.
연진양의 디제잉을 안들어서 그런걸까.

친구녀석이 1300번 놓치고 혼자서 전철 타고
난 1600번 두번 놓치고(이상하게 정거장에서 안서더라) 세번째에 잡아서 탔는데

기사 아저씨 왈
“어디 가려는데?”

나 자랑스럽게 왈.
“인천시청이요”

기사 아저씨 왈
“그럼 건너서 타야지. 이거 서울역가잖아.”

나 속으로
‘X바. X됐다’

그리고 건너서 결국 탔는데
내 앞에서 자리가 끊겼다.
그이야기는 한시건 넘도록 고속버스 안에서 서서 왔다는거다.

서있는 동안 스타니슬랍스키의 배우 훈련을 20분쯤 읽다가 지루해져서
기분 좋으라고 음악을 들었다.

그리고 피곤해서 서서 꾸벅 하는데 분위가가 다온거 같아서 과감하게 내렸다.
그랬더니 왠걸.
집앞이 아니었다.

그랬다.
내가 너무 일찍 내린거다.
결국 나는 오늘 무려 고속버스로는 두정거장이지만 인천시내버스로는 6정거장이나 되는 언덕을 넘고 넘었다.
안에 입고 있던 티셔츠는 완전 걸레가 됐고
밖에 입고 있던 남방은 가슴팍과 겨드랑이 모두 땀범벅이었다.
청바지는 레오타드나 타이즈 같은 느낌이었다.
그래 정확히 탄력을 잃은 코르셋 같았다. 제길.

그래도 동생 생일 축하해주고 나니 기분이 좋다.
이녀석 스물다섯인데 철들어야지. 좀.

지금 여기는 인천이다.
내일 한국어 시험 접수를 인천에 해놨거든.
버스에서 잘못 내리고 올라오는데 기억에 남아있던 버스정류장을 지나쳤다.

덧 1)
담요 공연 사진 많이 찍었는데 플래쉬 안터트릴려고 했고
뻘쭘해서 다가가지도 못하고 좀 거리도 있고 (먼저 왔음에도 맨뒤에 있었다.)
게다가 내 렌즈가 50mm 단렌즈 하나만 1.4고
광각도, 망원도 모두 4.0의 극악의 밝기라서 힘들었다.
그래도 광각의 IS에는 감사. ㅠㅠ
어쨌든 사진은 서울 집에 가야 올릴수 있을 듯.

덧 2)
지금 동생의 마란츠 하이파이로 담요의 첫번째 EP인 semester를 듣고 있다.
역시 좋은 앨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