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눈을 떴다. 남자는 자신의 감성을 자극하는 그 아름다운 향기에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았다. 그 아름다운 향기만큼이나 아름다운 미소에 남자는 그렇게 빠져들었다.
남자는 사랑을 꿈꿔왔다. 아름다운 사랑. 헌신적인 사랑. 그리고 간직 할 수 있는 사랑.
남자는 그것이 자신이 사랑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했다.
남자는 미친듯이 그녀의 사진을 찍어댔다.
그녀의 모든 것을 기억하려는 듯이, 소유하려는 듯이 찍어댔다.
그리고 점점 더 그녀에게 빠져들었을 때, 그녀는 힘들어 했다.
그녀가 말했다.
“만나지 말자”
남자는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 어려웠다.
소나기가 오는 날에 뛰어다닌 아스팔트 처럼, 남자는 그냥 그랬다.
하지만 뜀박질이 멈추었을 때, 남자는 그제서야 무슨 말인지 알았다.
2.
눈을 감았다. 여자는 자신의 육체를 자극하는 나른한 피곤함에 천천히 지쳐가고 있었다.
그를 돌아볼 필요도 없이 여자는 지쳐가고 있었다.
여자는 더이상 자신이 없었다. 사랑이라고 생각했던 행위들을 지켜나갈 이유도, 자신도 잃어버렸다.
여자는 완벽을 꿈꿔왔다. 모든 것을 다 주는 사랑. 존중하는 사랑. 그리고 꿈을 꿀 수 있는 사랑.
여자는 자신이 사랑하는 방식을 그에게 강요하지는 않았다.
그의 방식도 사랑이라고 생각했기에.
여자는 점점 일이 늘어났다.
여자가 속한 곳 어디를 가더라도 여자는 언제나 일을 맡았다.
여자는 그에게 안식처로서 평안함을 기대했었다.
하지만 그는 이해하지 못했다.
여자는 홀로 있게 되었을 때 결심했다.
“만나지 말자”
여자는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있었다.
그가 받아들이기 어려워할 것이라는 것도 조금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것은 여자 자신이었다.
3.
남자는 여자에게 기다리겠다고 했다.
여자는 남자의 이야기에 답하지 않았다.
남자는 그녀를 위해 글을 썼다.
줄 수 있을지 못할지도 모르는 글들을 써댔다.
사랑은 변하지 않을거라고 남자는 생각했다.
여자는 그를 위해 걱정했다.
그가 알 수는 없겠지만 그를 위해 걱정했다.
하지만 여자는 사랑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없을 만큼 바빴다.
4.
남자와 여자가 만났다.
여자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남자는 조금은 달라졌다.
여자는 변하지 않았지만,
서로에겐 남은건 없었기 때문에 상관없었다.
그렇게 남자와 여자는 남남이 되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