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를 주웠다.

카메라를 주웠다. 


 카메라를 주웠다. 각양각색의 디지털 카메라가 유행하는 요즘 시대와는 정반대의 카메라였다. 필름 레버가 있는 것을 보니 틀림없는 필름 카메라라고 생각했다. 집으로 돌아가 며칠 동안 그 카메라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책상 위의 낡은 카메라를 보신 아버지께서 출근하시기 전에 한마디 하셨다.

 “사진기에 필름을 끼워 넣었다. 좋아 보이던데, 디지털 카메라보단 그게 더 나을거다.”

 아버지의 말씀을 듣고 나는 지금도 디지털 카메라를 사려고 하지 않으시는 아버지가 원망스러웠지만 ‘필름이 끼워져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그 카메라는 조금 달라 보였다.

 막상 사진기를 들고 나가니 찍을 건 친구들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뿐이었다. 풍경도 몇 장 찍은 듯싶은데 그날 저녁 집에 돌아오는 길에 현상된 필름을 받아보니 이상하게도 내가 전혀 모르는 사람들과 모르는 장소들로 가득했다. 나는 필름이 뒤바뀌었다고 생각해서 현상소로 가 필름이 바뀌었는지 확인해 보았지만 내가 맡긴 필름이 분명했다.

 몇 안 되는 아는 사람들이 나온 사진을 들고 출근을 했다. 입사 동기 김군에게 자신의 사진을 주었더니 받자마자 경악을 했다. 그는 대뜸 나에게 사람을 이런 식으로 갖고 놀 수 있냐며 나의 포토샵 실력에 무한한 존경을 보낸다고 비꼬았다. 나는 그를 이해하려고 내가 그에게 준 사진을 보았다. 내가 그의 사무실이라 생각했던 장소는 우리 회사 사장실이었다. 게다가 그 멋진 의자에 앉은 그의 가슴 높이에 놓여진 책상 위의 직함. 바로 “사장 김모군”이었다.

 그와의 이야기 끝에 그에게 사진기를 보여주고 또 다른 필름으로 촬영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이상하긴 마찬가지. 사진에 나보다 훨씬 조예가 깊은 김모군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잠시 후 내가 그를 찍은 사진 몇 장을 보더니 깜짝 놀라며 그의 추론을 내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소원을 찍는 카메라”

 내가 주워온 카메라는 소원을 찍어주는 카메라였다. 너무나 믿을 수가 없던 나는 부모님을 찍은 사진을 보았다. 어머니를 찍은 사진에는 아버지의 웃는 얼굴이 보였다. 그 뒤로 나와 내 동생이 웃는 모습이 보였다. 아버지를 찍은 사진을 보았더니, 나와 동생이 정장을 잘 차려 입고, 씩씩하게 서 있었다. 내가 지금까지 본적이 없을 만큼 당당한 모습으로, 나와 내 동생이 서 있었다. 그 뒤로 백발이 된 부모님이 우리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서 계셨다. 그 미소는 내가 본 그 누구의 미소보다도 행복하고 편안해 보였다.

 눈시울이 붉어졌다. 나는 부끄러워 나를 찍은 사진을 볼 생각조차 못했다. 김군이 나를 찍은 사진을 보았다. 선명하게 찍혀있는 내 여자친구. 난 내 스스로가 부끄러워졌다. 아침마다 디지털 카메라를, 늘 새로운 것을 갖길 원했던 나와 내 동생. 아버지, 어머니께 부끄러워졌다. 그때, 내 사진을 유심히 보던 김군 왈,

 “다행이네. 너 자신이 나오지 않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