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드라마] 연개소문
SBS 주말 드라마 (2006년 7월 8일~2007년 6월 17일) 제작 디에스피이엔티 / 연출 이종한 / 극본 이환경
방송 3사의 고구려 관련 사극(주몽, 대조영과 비교) 중 제일 먼저 방영한 작품임에도 결코 먼저 방송되는 선구자라고 보기에는 어려울 정도로 시청률을 보여주는 연개소문.
KBS 사극은 전통적으로 철저하게 역사를 고증하는 방법으로 스토리를 진행해가고 있으며 특히 전투 장면이나 해설가의 내레이션이 결합된 CG로 보여주는 역사 안내는 가히 역사 교과서 같은 느낌을 준다. 반면 MBC 사극은 최근 들어 점점 퓨전 사극을 지향하고 있으며 (주몽의 경우) 편당 제작 단가는 KBS보다 높지만 영상의 퀄리티는 그에 미치지 못한다. 퓨전 사극인 만큼 역사의 고증이라기 보다는 역사적 팩트들을 어떻게 꾸려나가 시청자들에게 흥미를 가져다 주는가 하는 부분을 중시 한다. 그리고 그다지 특징 없던 SBS의 사극들 사이에서 연개소문은 전통적인 KBS식 사극을 지향하는 부분을 엿볼 수 있는 제작진이라 예상하였으나 결과는 이렇다.
1) 스펙터클한 전투 장면
고구려 사극 중 제일 첫번째 타자였던 ‘연개소문’은 주몽과 마찬가지로 광각렌즈의 사용을 자제하고 있지만(광각을 사용하면 빈약한 엑스트라가 다 나온다.) 그래도 전투 장면은 일품이다. 특히 화각이 좁은 렌즈를 사용하면서도 배경에는 군기를 비롯한 깃발들을 많이 배치해두어 눈이 허전함을 극복했다는 점은 높이 살 수 있다. (이러한 특징은 역시 MBC의 ‘하얀거탑’에서 일본판과 다른 세트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안판석 PD님이 사용하신 방법과 비슷하다.) 또한 매회 볼 수 있는 전투나 결투 장면은 시청자들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요소이기도 하나 이것이 초반부의 장면을 그대로 후반에도 사용하는 등의 남발은 시청자로 하여금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그래서 더욱 아쉬운 것은 추가촬영분으로 나타나는 비도술과 같은 장면이 그리울 따름이다.
2) CG가 상실된 역사의 교육
KBS에는 철저한 고증으로 시사교양에서 자주 쓰는 역사적 사실들을 설명하기 위한 CG를 멋지게 선보인다. (지금은 식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연개소문은 퓨전사극이 아님을 스스로 증명했지만 그렇게 우수한 고증의 사극이 아님을 또한 증명한 것이 모든 역사적 팩트는 성우의 내레이션 한방으로 끝난다. 차라리 주몽처럼 단 한차례밖에 나오지 않지만 어느 정도의 퀄리티를 자랑할 수 있는 CG를 곁들이는 것은 어땠을는지. 그리고 역사적으로 중요하지 않은 부분의 전쟁이나 소규모 전투는 아끼지말고 해설과 CG로 처리하고 대규모 전투와 같은 중요한 장면에서 좀더 힘을 기울였어야 했다.
3) 역사의 고증? 반증?
드라마 연개소문은 역사의 고증이라기 보다는 교과서와 공인된 야사에 절대적으로 의존하였다. 우리가 보기에 이것은 아닌데 라고 생각할 만큼 역사 교과서와 다른 점이 전무하며 오히려 철저하게 그러한 장면들을 극적으로 재연해내는데 중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의자왕의 3천 궁녀 장면은 조악한 CG로 장식하였으나 그것을 마치 우아한 장면인양 바라보는 장수들의 얼굴을 한대 갈기고 싶은 심정이었다. 결과적으로 충실해야 했던 사극의 역할에는 매우 올바른 모습이었으나 이러한 사극의 역할로서 만족할 수 있을 것인가? 새로운 사실들을 찾고 새로운 의식으로 해석하고 학계의 논란에 불을 지필 수 있는 사극으로서의 또 다른 역할을 무시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4) 넘치는 극적 장면과 언행들
아무래도 방송사의 성향상 전투, 전쟁, 빠른 전개 등의 극적 효과를 대단히 많이 노리고 있다. 이러한 극적 효과의 증대로 인해 수도 없이 극적이고 흥분하는 장수들을 보고 있자면 언제 쉬어가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숨이 막힌다. 하지만 더욱 안타까운 것은 그러한 극적 효과가 장면 장면을 연결하는 인서트 컷 등을 부재한 채 진행되고 있어 가끔씩 웃음이 드는 경우도 있다.
5) 전통을 이어가는(?) 드라마의 특징
야인시대를 비롯하여 용의 눈물을 쓴 이환경 작가님은 캐스팅 역시 야인시대와 용의 눈물을 완벽하게 믹스하여 재탄생 시켰다. 연개소문 역시 야인시대 출연진이 대다수 출연한다. 이야기의 진행은 순식간에 시대의 이야기가 넘어가버려 전반과 후반의 시청률이 극적으로 차이가 났던 야인시대의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가장 극적이며 비중 있는 당태종과 연개소문의 결전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며 회상으로 과거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시작한다. 이는 사극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회상을 도구로 한 액자식 구성에 해당하며 나이든 연개소문의 이야기와 젊은 연개소문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이라 본다. 다만 100회나 되는 드라마에서 2회밖에 되지 않는 시대적 모티브가 50회를 버티기가 힘들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초반 연기력과 연출력에 대한 질타를 감수해야만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 외에 전반부에 국수주의에 물든 사극. 시트콤 ‘수나라네 사람들’이라는 평을 들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