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멤버 타이탄 (Remember The Titans, 2000)

사용자 삽입 이미지리멤버 타이탄 (Remember The Titans, 2000)
미국 / 가족,드라마 / 12세 관람가 / 113분 / 개봉 2001.04.14
감독 : 보아즈 야킨 / 출연 : 덴젤 워싱톤, 윌 패튼, 도날드 페이슨, 우드 해리스, 라이언 허스트 / 제작 : 제리 브룩하이머 필름, 월트 디즈니 픽쳐스


전형적인 제리 브룩하이머 표 영화. 대단한 것이 관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또 최대한의 관객을 최소한 충족시켜주어야하는 욕구를 공통적으로 아주 잘 뽑아내고 있다. 다른말로 하면 제리 브룩하이머는 관객들의 최대 공약수를 잘 알아낸다고나 할까.

그런 의미에서 영화는 시종일관 재미의 끈을 놓을 수가 없다. 2000년에 개봉한 영화지만 지금도 재미있다고 느겨지는 것은 영화가 (비록 대단히 미국적이지만) 시대적 배경을 초월한 가장 근본적인 갈등과 성공, 실화에 근거한 신화적인 스토리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오프닝부터 엔딩크레딧이 올라갈때까지 꽉 끌어주는 스토리 텔링과 긴장감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게하는 연출력이 상업영화로서 대단히 완벽한 부분에 가까운 영화이다. 하지만 영화가 성공과 화해의 스토리를 보여주는 나머지 약간의 깊이감이 덜한 느낌도 나는데 이는 이 영화가 대중적 코드에 부합하기 위헤서 선택한 가장 적절한 판단이었다고 본다.



버지니아 주에선 고등학교 풋볼이 최고의 인기를 누린다. 사람들에게 풋볼은 성탄절보다 화려한 축제이며, 플레이오프 경기는 국경일 보다 더 웅장한 행사이다. 1971년, 버지니아 주 알렉산드리아의 시민들에게 풋볼은 삶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 지역 교육청이 백인과 흑인 학교를 통합시키면서 풋볼은 뿌리 채 근본이 흔들릴 위기에 처한다. 통폐합의 결과 새로 탄생한 T.C. 윌리암스 고등학교의 신설 풋볼 팀 “타이탄스”를 맡기 위하여 흑인 감독 허만 분이 부임한다. 그 지역 백인 고등학교에서 오랫동안 풋볼 감독을 맡았던 빌 요스트가 허만 분을 도와줄 조감독으로 밀려나자 백인 사회엔 강력한 불만이 싹트기 시작한다.


처음부터 무수한 갈등의 요소를 안고 출발한 타이탄스는 허만 분 감독의 강력한 통솔력과 카리스마 아래 피부색의 장벽을 뚫고 서서히 뭉치게 된다. 허만 분과 조감독 요스트도 함께 일하는 동안 그들 사이엔 풋볼에 대한 열정 이상의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즉, 두 사람은 성실과 명예는 물론 투철한 직업 의식을 겸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엄청나게 다른 배경에도 불구하고 이들 두 감독은 분노로 뭉친 선수들을 교화시켜서 다이나믹한 승리 팀으로 완성시킨다. 두 감독이 맡은 타이탄스가 각종 시합에서 연전연승을 기록하자 흑백 갈등으로 분열되어 있던 알렉산드리아의 냉랭한 분위기도 눈 녹듯 변하기 시작한다. 중요한 것은 피부색이 아니라 그 안에 숨겨져 있는 영혼이라는 것을 사람들이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타이탄스의 무패행진으로 마을 전체가 축제 분위기에 취해있을 무렵, 팀의 주장인 게리 버티어가 교통사고로 하반신 불구가 된다. 팀 전원이 충격에 빠진 가운데 주 챔피언 결정전이 열린다. 전설적인 감독 에드 헨리가 지휘하는 “마샬” 팀과 맞붙은 타이탄스는 초반엔 고전을 면치 못하지만 특유의 투혼을 발휘하여 후반의 전세를 뒤집기 위한 혼신의 힘을 쏟아 붓는데…


비록 역사가 허만 분, 빌 요스트 같은 영웅은 기억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버지니아 주가 “타이탄스”를 영원히 기억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타이탄스가 이룩해낸 인간승리의 드라마 때문이다. 승리의 기록보다 값진 타이탄스의 유산, 그 원동력은 바로 흑백간의 갈등과 편견의 벽을 뛰어넘은 선수들의 우정과 동료애였음을 버지니아 시민들, 아니 미국인들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