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 토니 라 루사. + 김성근

스티브 잡스, 토니 라 루사. + 김성근.

 

이 두 사람이 공통점이 있다고 한다면 많은 야구팬들은 당연히 끄덕일 것이다. 그런데 여기 이 조합에 ‘야신’ 김성근 감독을 넣으면 어떨까? 아마 우리나라 야구팬 중 절반 이상이 “뭔소리야?” 혹은 김감독님 이야기만 나오면 입에 거품을 무는 기자들은 신랄한 비방의 기사를 써댈지도 모른다.?언제부터인가 이렇게 글을 쓰고 싶었다. 이번 메이저리그의 포스트시즌을 보면서, 감동했고, 그리고 2009년에 내가 느꼈던 감정이 회상처럼 다가왔다.

 

스티브 잡스, 그는 비록 죽었지만 세상 사람들은 그의 공로를 인정한다. 내가 보기에 그는 정말 당대의 시장, 그리고 이 업계의 인사이트를 꿰고 있었으며, 그랬기에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적어도 아무도 실행하지 못한) 몇번의 실패 끝에 결국에는 성공한 사람이다.

 

토니 라루사. 내가 그의 이름을 접한 건, 초등학교말 혹은 중학교 때로 기억한다. 토니 라 루사라는 사람 이름으로 놀라운 베이스볼 게임이 등장했다. 뿐만 아니라, 당시의 부족했던 정보로도 이 사람은 보통 감독이 아니구나라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후에 그가 원포인트 릴리프, 마무리 투수 등 투수의 분업 등 현대 야구에 있어 필수적인 요소들을 메이저리그에 최초로 도입한 뛰어난 감독임을 알게 되었다.

 

김성근. 솔직히 나는 태평양 감독 시절의 김성근 감독님은 모른다. 그 시절에는 내가 축구에 미쳐있었기 때문에, (야구를 너무 못해서) 관심이 없었지만, 내가 태평양을 응원하게 된 건 1993,4년즈음이었으니 감독님이 이미 떠나고 난 뒤였다. 내 기억속에 감독님은 쌍방울 레이더스의 감독으로 워낙 이미지가 깊었는데, 1996년 한국시리즈 준우승의 노히트 노런과 1998년 첫 우승의 기쁨을 안겨준 현대 유니콘스의 연고지 이전 사건으로 프로야구를 깨끗이 잊어버린 내게 2002년 관심도 없는 한국시리즈에서 끝내기 홈런을 맞은 LG감독님이 김성근 감독님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리고 해체된 쌍방울레이더스를 인수해 SK라는 기업이 인천에 야구팀을 만들때만해도,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2009년을 기점으로(LG에게 크게 지고 있다가 대역전하는 잠실경기 직관후 SK의 팬이 됨) SK를 응원하는 나는, 한국시리즈 잠실 구장 직관 5,6,7차전에서 눈물 나는 접전을 보여준 선수들에게 박수칠 수 밖에 없었다.

 

김성근. 인터넷에 혹은 네이버에 이 이름 석자를 치면 아마 부정적인 인터넷 기사가 절반 이상이라 생각한다. 특히? OSEN을 비롯한 스포츠동아 등 특정 몇몇 스포츠 언론은 이상하게도 김성근 감독의 기사를 매우 좋지 않게 써댔는데, 그때부터 나는 김성근 감독의 과거사를 짚어가기에 바빴다. ……. (길어지면 안되니) 내가 내린 결론은 감독님은 철저히 ‘마이너’였다. ‘메이저’의 능력을 갖고 계시면서도 ‘마이너’ 취급을 당했던, 그리고 한국의 기성세대가 가진 이상한 풍토, 교포 등 외인 차별,에 감독님의 굽히지 않는 소신. 감독님의 소신은 정말 야구팬으로서 칭찬해도 모자람이 없지만, 그토록 너저분한 언론 앞에서는 단지 가십거리였다. 나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해본다. 감독님이 해태나 롯데 같은 팬이 많은 팀으로 갔다면, 과연 지금쯤 감독님에 대한 기사와 한국 야구팬들의 분위기가 어땠을까. 2002년을 겪은 LG팬들이 그 답을 가지고 있다.

 

김성근 감독님은 2010년 한국시리즈에서 지난해 준우승에 그친 아픔을 만회하고자 부단히 노력하였으며, 그 단적인 예로 삼성 라이온스와 1위를 다투던 시점의 양준혁 선수 은퇴경기에서 김광현을 선발로 내세운 점을 고려한다면 그해에 감독님이 가진 우승에 대한 열망이 얼마나 컸는지 알 수 있다. 결국 그해 한국시리즈를 4:0으로 스윕하며, 평생 단 한 차례도 직관으로 우승을 본적이 없었기에 1,2차전 직관에 이어 5,6,7차전 직관을 기대하던 나는 그래도 감독님이 대단해보였다. 게다가 나로서도 처음 보는 선발이 4경기 모두 5이닝을 버티지 못하는 한국시리즈. 당시 적장이었던 선동렬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무슨 야구인지 모르겠다.” 그 말을 그대로 빌려, 많은 찌라시 기사들이 나타나며 당시 한국시리즈가 플레이오프보다 못하다는 식에, ‘이대로 좋은가 선발 실종야구’류의 저질 기사들(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010212219065&code=980101 http://osen.mt.co.kr/article/G1109312277)이 난무했다. 특히 민훈기 기자는 다음과 같은 식의 기사를 쓰는데 정확히 1년 뒤에 그 말을 뒤집게 된다.?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7&oid=151&aid=0000002479

 

김성근 감독님은 2011년 올해 경질 될 때 까지, SK라는 저질 프론트와 모기업이 운영하는 야구단에서 무려 4년 간 3번 우승에 1번 준우승. 이토록 강한 팀을 완성해 나갈 때까지 한국 야구는 김성근이라는 이름으로 발전되고 경쟁했던 부분이 충분히 많다. 한국 야구 최초의 투수 분업화 그리고 다시 토털 베이스볼에 이르기까지 감독님은 늘 새로운 시도를 추구하는 분이셨으며, 그것은 프로가 당연히 가져야 할 승리를 위한 집념에서 나왔다. 그리고 2011년, 가정법은 필요 없지만, 과연 삼성에게 그토록 쉽게 우승을 내주었을까 싶다. 감독님은 2002년 LG시절에도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를 거쳐 한국시리즈에 이르기까지 그 어떤 경기에서도 무기력하게 패하는 경기를 보여주지 않았으며, 특히, 지더라도 반드시 배움과 감동이 있는 경기를 팬들에게 선사했다. 잠실에서 3루를 쓰게 되는 SK가 김성근 감독 경질에 아직도 항의하는 인천팬들을 (감독님 경질 후 시즌 중에 팬들의 항의 플랜카드 사건을 계기로) 경기장에서 거의 내쫓다시피 하여, 실제 야구장에 제발로 찾아가는 SK팬이 아주 많이 사라진 상태이다. 결과적으로 SK는 정규시즌에 용역 및 단체 관중 동원에 이어 (해당 사태는 링크 참고?http://patriatman.blog.me/) 포스트 시즌에서도 표를 마구 뿌리는, 구단으로서는 매우 수치스러운 행동을 하였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많은 무료표들… 모두 3루석이다.)

 

토니 라 루사 감독은 2011년 메이저리그 챔피언쉽 시리즈에서 4승을 거두는 동안 선발승을 단 한차례도 가져가지 못했다. 그때 1년전에 SK의 우승을 MLB와 비교해가며 글을 썼던 민훈기 기자는 다음과 같이 토니 라루사의 벌떼야구를? 히어로로 극찬한다. 배울 것이 많다며.??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7&oid=151&aid=0000002647 나는 민훈기 기자가 1년만에 야구를 보는 관점이 근본적으로 변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마찬가지로 한국의 수많은 야구팬들과 기자단들의 관점도 그렇다. 하지만 왜 대한민국의 야구를 주름잡던 김성근의 야구를 파헤쳐 분석하며 배울 점을 꺼내지는 못하던 사람들이, 메이저리그의 투수운용은 극찬하는가?

 

토니 라 루사 감독과 김성근 감독은 야구 철학이나 운용방식에 있어서 대단히 유사한 점이 많다. 이는 메이저리그를 관심있게 봐왔던 야구 팬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다. 또한 자국의 리그에 주류와는 다른 방식으로 자신만의 승부를 걸었던 점도 같다. 나는 누구를 욕하고 싶지는 않지만, 거짓은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이런 기사(http://news.naver.com/sports/index.nhn?category=baseball&ctg=news&mod=read&office_id=109&article_id=0002270692)를 보면 근본적으로 야구를 떠나 기사를 작성할 자격이 없는 자가 기사를 써내려 간다는 사실에 슬프기만 하다. 대니얼 김이라는 사람이 진정으로 한국 야구를 얼마나 보았는지 묻고 싶다. 2011년 한국 프로야구가 삼성라이온즈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지만, 한국야구에는 점점 김성근 감독 같은 절실함과 뛰어난 안목을 가진 감독이 줄어드는 것 같아 슬프다. 1999년 현대 사건 때도 그랬지만 응원이야 다시 하지 않으면 되고, 하지 않을 것이다. (이미 나는 팬들과의 소통을 하지 않는 SK에 대해 불매 및 안티 운동에 동참했다. 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는 SK와이번스의 신영철 사장과 민경삼 단장. 당연히 신임 감독이 된 유다 이만수를 권력과 개인의 영달에 눈이 멀어 의리와 원칙을 져버린 존재로 각인하고 있지만, 이 글에서는 언급을 하지 않겠다.) 하지만 혹자의 말을 빌려 “야구는 인생”같은 스포츠이기에 역사와 기록이 중요하다. 적어도 나는 수많은 기자들과 야구팬들이 김성근 감독이 있던 그 시절의 야구를 제대로 평가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