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수왕기(해적판) 미이라 3: 황제의 무덤

영화 : 미이라 3: 황제의 무덤 (2008)
감독 : 롭 코헨
출연배우 : 브렌든 프레이저, 이연걸
상영정보 : 2008년 7월 30일 개봉
영화장르 : 모험, 판타지, 액션, 코미디

 

 레이첼 와이즈가 사라진 미이라는 익숙한 여성 캐릭터가 사라졌다는 의미말고도 더 의미심장한 암시를 던져주고 있는데,
그것은 기존의 미이라가 가져온 이야기의 수단이나 흐름을 이어나가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이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말한다면 미이라3은 미이라 시리즈라고 불리기엔 브랜든 프레이저가 아니었다면,
어디 그 흔한 헐리우드의 3류 스토리를 가진 블록버스터 영화라고 해도 할말이 없을 정도로 졸작이다.

기본적으로 중국을 배경으로 했고,
이전의 미이라 시리즈처럼 적절히 신화와 역사를 이어줄것이라 생각했던 기대는
러닝타임 30분이 지나고, 설인들이 등장하면서 여지없이 깨져버린다.
주문을 외우고 황제를 저주하는 설정은 기존의 미이라에서 흔히 허락되는 설정이라치자.
하지만 설인(예티족)의 등장, 황제(이연걸)이 드래곤으로 변하는 장면은 이것이 미이라인지 판타지를 빙자한 도발인지 궁금케한다.

솔직히 이모텝 나이트와 두 명의 남자배우를 제외하곤 그다지 전편들과 개연성도 없는데도
억지로 “미이라”라고 외치는 장면은 이 영화가 “미이라3″이라는 제목에 얼마나 급급해하는지 알 수 있다.

또한 중국의 미이라를 소재로 한다고 했으면서도
그다지 중국이나 동양의 느낌을 살리는 것이라곤
여자 등장인물 한명밖에 없다는 사실은 스토리 저변에 깔려있는 사상을 의심케한다.
(심지어, 이연걸은 너무나도 돋보이지 않아, 영화가 끝나고서야 그가 얼마나 등장했는지 기억이 안날 정도였다.)

나아가 친절하게도 등장인물이 바뀐 이유와 스토리상 궁금함을 자아내는 문제들을 모두 한두마디의 대사로 처리하는 놀라운 각본은,
똑같이 드래곤이 등장하지만 말없이 행동으로 보여주던 “D-WAR”와 비교해도 부끄러울 정도이다.


전편의 미이라 시리즈들은 소재는 이집트에서 빌려왔고,
허튼 이야기들이 많기는 하지만 모두 그 역사적 이야기를 비롯한 이집트 신화를 꽤 연구해서 극화한 스토리였다.

하지만 이번 미이라는 단순히 중국을 배경으로 밖에 여기지 않았고
옴니버스나 기존의 작품들에 대한 오마쥬를 던지기엔 적합하지 않은 작품에서
마치 패러디라고도 부르기 어려운 상황의 장면들을 꽤나 보여준다.

기존의 중국영화 “영웅”의 활 쏘는 장면을 그대로 따라한 장면,
수왕기에서 빌려온 황제의 변신 능력,
반지의 제왕을 연상케하는 죽은이의 부활.

어느 하나 기존의 작품들보다 나은 것도 없고
오히려 어색하기만 한 부분들은 감독의 연출력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만든다.

게다가 그 황제의 변신은 참으로 타이밍이 부적절하여,
“쟤가 왜 변해?” 혹은 “또 변해?”, “이제 변해??”라는 식의 수왕기를 즐겼다면
변신타이밍을 너무 못잡아 동전만 잡아먹는 어설픈 초보 게이머와 이연걸이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을 것이다.

그 덕분에 이 영화는 어느 3류 액션 영화의 해적판 수준의 설득력에 엄청난 자본력을 갖춘 영화가 되어버렸다.
영화를 다보고 나설 때, 떨어진 팝콘만큼이나 아깝다는 생각이 든 영화였다.